아...

그러고..보니..나도 오래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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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났을때는 박정희 정권이었고..

그때는 새마을 운동이 있었다..

아침이면 "새마을 운동노래"를 틀어주는 쓰레기차에 쓰레기를 버리려 뛰쳐 나가야했고..

연탄불에 올려둔 온수를 떠서 세수하고 학교를 갔었다.


정말 저녁에 애국가가 거리에 흘러 나오면...다들 멈춰서야 했고..

동네 마다 어린이들은 골목에서 ..그저 별거아닌 돌멩이..고무줄..딱지..들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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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놀이가 끝나는건.."xxx야 밥먹으러 와라.."를 

신호로 하나둘씩 자연스레 사라져 가는게 놀이의 끝이었는데..

주로 하던 놀이는 술래잡기나..동네 앞 공터에서의 흙장난, 불장난.땅따먹기...다방구(동네별로 이름이 다르니..패스)

뭐 하여간 돈이라곤 들지 않는 ..그저 뛰고 달리고 그런 놀이들이었다..

..

그러나..그..동네의 조그마한 공터에서 모이던 우리들은..

그 앞에 있던 3층집이 불타면서..

옆반 다니던 친구랑, 한해 위인 그 형이 죽어서.....우리는 더 이상 놀수가 없었다..

나는 꽤 늦게까지..그 집이 훨훨 타는걸 바로 눈앞에서 봤었고..

정말 불에 타서 죽었나 했으나...

몇일 지나..연기 때문에 죽었다고..해서...왜 연기때문에 사람이 죽을까..생각했었다..

(내 기억에 내 또래 그 친구는 죽은게 맞는데..그 형과 죽었는지..누나랑 죽었는지..세명다 죽었는지는..기억이 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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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동네 아이들의 뛰어 놀기..놀이가 막을 내리고..

당시 초딩때..하루 용돈이 100원이었던 나는......

그 돈으로 주로 오락실에 가서 50원 하던 게임 두판을 할수 있거나..

만화방에서 만화책 두권을 보면서..문화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작은할머니가 용돈을 하루 150원씩 주셨다..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슬픔보다는.. 

오락실 가서 평소처럼 2번의 오락과 만화를 보고도..50원이 남는것에 더 행복했었던..

철부지였다..

..

그러나..그 철없던..행복도..

학교 근처 오락실에서 첫번째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두번째 자전거 역시..만화방에 가서..만화책을 빌려오면서..만화에 빠져..자전거를 두고오는 일이..벌어져..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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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그저 그런 아이였고..

어떠한 재능도 특별하게 보인적 없었다..

새로 오신 어머니가 애써 나에게 지금의 구몬 수학격인...공문 수학을 과외로 붙여 주셨지만..

나에게 생긴 능력은..눈에 뻔하게 보이는 거짓말 1단계 수준? 정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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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 운동능력이 있거나..

특별하게 공부를 잘하는 능력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아마도 초 4~5? 학년 정도 였나?

당시 찰흙 으로  자유롭게 뭔가 만드는 시간이 있었다..내기억에 따르면 2시간씩 2주짜리 ..총 4시간 수업이었고 미술 점수를 좌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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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 당시 아이들이 만들던게 ..뭐 특별한게 없었다.. 

배? 탱크? 일그러진 성? 자동차? 뭐 이런 수준의 것들이었다..




나?  나도 다른 아이들 처럼..비슷한 수준의 ... 총을 든 군인을 만들었다...총을 사격 하는 자세로 들고 있던..


그런데..철사 틀 로 뼈대를 만들었다고한들... 

총이라는게 앞쪽으로 길다보니..이게 자꾸 머리를 앞으로 쳐박는게 아닌가.. -_-;


이제 제출 시간은...20분..? 정도? 나는 다급해졌다.....

아무리 세우려고 해도 머리를 쳐 박는......저.. 걸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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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만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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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쇠갈퀴로 바꾸고...군인 모자를 좀더 넓게 손봐서...농부의 밀짚모자를 만들었다..

남은 찰흙덩이들은 대충 수확한 농산물 느낌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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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의외로 다른 아이들의 것들과 달리.."감성"적인 느낌이 나버려서.. 

선생님이 극찬을 했고.. 결국 나는 학년에서 아마도 3개 우수 작품중에 선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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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알아 버렸다..


세상 사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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